2022년 5월 26일부터 6월 10일까지 약 한 달간의 라피신을 끝냈다.
원래는 같이 공부하던 친구와 함께 7기 1차로 지원하려고 했다.
하지만 손가락이 느려 첫 체크인미팅 신청에 실패하고...
나 혼자 7기 2차에 지원하게 되었다.
계기
42서울을 처음 안 것은 개발자 오픈 톡방에서였다.
부트 캠프 추천해달라는 글에 여러 답변이 달렸다.
답변에는 멋사, 소마, 우테코, 싸피 등 유명 부트 캠프와 함께 42서울도 있었다.
당시에는 부트캠프에 대한 지식이 없어 하나하나 다 찾아보았다.
대부분의 부트캠프는 프로젝트 경험을 요구하거나 난도 높은 코딩테스트가 존재하였다.
나는 프로젝트 경험이 전혀 없다.
알고리즘만 공부하고 몇몇 언어와 프레임워크만 조금 만져봤을 뿐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은 지원조차 하지 못하고 닭 쫓던 개처럼 바라만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42서울은 오직 선착순 신청 2번만이 존재하기에 가장 진입 장벽이 낮았다.
그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이쪽 분야 인맥도 넓히고 싶었고 100만원도 타고 싶었기에 ㅎㅎ..
지원을 결정하게 되었다.
내 상황
학과가 컴공, 소웨는 아니지만 전공과목에 C언어가 포함되어 있어 준 전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히려 42서울에서는 C언어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유리했다.
우리 학과는 2년 동안 기초 프로그래밍, 자료구조, 알고리즘까지 모두 C로 배우기 때문이다.
또한 군대 복무 중에 따로 알고리즘 공부를 하다 와서 문제 풀이를 하는 것도 익숙했다.
덕분에 남들보다는 훨씬 편하게 라피신을 즐겼던 것 같다.
필요 요건
1. 전공자? 비전공자?
42서울에서는 전공자, 비전공자 모두 상관 없이 교육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음... 틀린 말은 아닌데 같은 시간 동안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지는 조금 의문이다.
비유를 하자면 이자 같은 느낌이다.
원금이 많아야 이자가 많이 붙듯이 베이스가 있는 사람이 배워가는 게 더 많은 것 같다.
노베이스 비전공자도 얻어가는 게 분명히 있지만,
베이스가 있는 사람이 얻어가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한다.
2. 병행은 절대 NO
노베이스 비전공자가 라피신을 한다고 해서 말릴 생각은 없다.
분명 얻어가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피신을 무언가와 병행하려고 한다면 단호하게 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일, 학업 등과 같이 진행해서 제대로 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물론 라피신에서 100만원만이 목표라면 따로 말릴 생각은 없다.
그러나 본인이 교육을 제대로 진행하고 싶다면 1달간 모든 시간을 라피신에 쏟아야 한다.
대체 뭘 하기에 그렇냐면... 와서 맞아보면 안다 :)
3. 체력
나도 라피신 시작 전에 체력을 길러오라는 후기를 많이 보았다.
심지어 공식 설명회에서도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당시 나는 "대체 왜 이런 소리를 하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지금 라피신을 시작하려는 분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정말 정말 중요하다.
1달 동안 기상 - 출근 - 클러스터 - 퇴근 - 잠의 반복이다.
3주차부터는 정말 체력이 모자라는 걸 느낄 수 있다.
최소한 각오는 하고 오는 게 좋다.
라피신을 하며 얻은 것
1. 인싸체험
라피신에서는 실력자의 인기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과제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잘하는 사람과 친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우연히도 전공으로 배운 C언어가 라피신에서 비중이 높았기에
나 또한 잘하는 사람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덕분에 하루의 절반은 질문을 받는데 할애한 것 같다.
한 시간에 많으면 4~5명까지도 질문을 하러 와주셔서 정신없이 지냈다.
질문이 개인 진도를 나가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나는 다른 분들의 질문을 받으면서 정말 많이 성장한 것 같다.
보통 질문으로 들어오는 건 질문자가 굉장히 오래 고민했지만 답을 얻지 못한 것들이다.
그렇기에 정확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풀지 못하는 문제가 많이 들어온다.
나 또한 배웠다고 해서 그 개념을 정확히 인지했던 것은 아니기에
어려운 질문을 받고 설명하기 위해 개념을 제대로 정립할 수 있었다.
나는 평소 말수가 많은 편이 아니다.
그래서 평생 한 말보다 라피신 한 달 동안 말을 더 많이 한 느낌이다 ㅋㅋㅋ
정말 재밌었다 :)
2. 협업에서 필요한 능력
라피신 과정에는 총 4번의 협업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그중 마지막 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 전부 랜덤으로 팀원이 정해진다.
처음 두 번의 프로젝트는 엄청 실력자의 팀원은 걸리지 않았다.
특히 두 번째 프로젝트는 내가 혼자 코드를 전부 짠 뒤, 팀원들이 이해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하지만 모든 팀원분이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고
본인이 모르는 것들을 전부 이해하기 위해 끝까지 질문을 해주셨기에
정말 성공적으로, 재밌게 끝낼 수 있었다.
세 번째 프로젝트에는 실력자 팀원들이 걸렸다.
팀원 모두 자료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있었고 진도도 빨랐다.
그렇기에 '어려운 프로젝트지만 잘 끝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갖게 됐다.
그러나 세 번째 프로젝트의 경험은 좋지 못했다.
아무리 잘하는 팀원이라도 나와 성향이 맞지 않으면 같이 프로젝트 하기 쉽지 않았다.
기업 채용에서 잘하는 사람보다는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뽑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 말이 납득은 됐지만 이해가 잘 가진 않았다.
하지만, 라피신을 통해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알게 된 것 같다.
3. 사람들
처음에 지원한 계기 중 하나가 개발 분야 인맥을 넓히고 싶다는 것이었다.
기존 지인 중에는 같이 개발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나눌 사람이 부족했다.
운이 좋게도 라피신에서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사람은 참 연약한 동물인지라 혼자서는 능률이 나오지 않는다.
누군가와 함께해야 배 이상의 능력이 나온다.
마지막 프로젝트를 마음이 잘 맞는 친구와 진행하면서 느꼈다.
성공률이 10%도 안 되는 어려운 프로젝트였기에 혼자 했다면 절대 해결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둘이 같이 나흘 동안 첫차를 타고 퇴근하고, 서로 의지하고 도와주면서 성공적으로 해냈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 혼자 달려 나가는 건 어렵다.
힘들 때 서로 의지하며 꿈을 향해 같이 달릴 사람들이 필요하다.
누군가가 나에게 라피신에서 이룬 가장 큰 성과 하나를 뽑으라면,
앞으로 꿈을 향해 달릴 때 큰 힘이 될 사람들을 얻은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마무리
고백하자면 라피신 시작 하루 전엔 가기 싫었다.
라피신에서는 당장 취업에 필요한 기술 스택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런데도 한 달 동안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 해야 할 가치가 있는가?
이런 회의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라피신을 끝낸 지금 저 질문에 대답하자면, 분명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조금이라도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단순 기술 스택 외에 얻은 것이 너무나 많다.
개발자를 꿈꾼다면 경험해보면 좋을 한 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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